Issue 120, Sep 2016
미래 문명으로의 전환을 향한 시각적 발제
Germany
Capital
debt-territoty-utopia
2016.7.2-2016.11.6 베를린,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
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수년 내에 수습이 된 듯 보였지만 그 전과 후의 세계를 확연하게 구분 짓게 만든 엄청난 사건이었다. 천문학적 규모의 자산 증발, 실직자와 자살자의 속출……. 그 파국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소된 이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. 전율할 그 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'인사이드 잡(Inside Job)', 당시의 놀라운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 '빅 쇼트(Big Short)', 그리고 오랜 기간 만연하였던 월(Wall)가의 탐욕을 다룬 영화들도 많았는데, 지난 7월 초 독일 베를린의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(Hamburger Bahnhof Museum für Gegenwart)에서 개막된 '자본(Das Kapital)' 전시에서는 2013년 제작된 골드만 삭스(Goldman Sachs)의 구인(求人)을 위한 짤막한 홍보 영상 한 편이 보였다. 깔끔하고 세련되고 유능한 느낌을 주는 직원으로 분장한 청년들이 등장하여 자신들의 경험에 대하여 말하며 골드만 삭스의 빼어난 근무 여건과 사회적 효용성에 대하여 강조한다. 밝고 세련된 그 기업 세계를 과시적으로 보여주는 이 영상을 보노라면, 그토록 엄청난 금융위기의 진원 중 하나였고 19세기 이래 주요 시장 조작의 주역으로 매도되며 ‘인간의 얼굴을 한 초대형 뱀파이어 오징어’라 불린 그 실체에 관한 실마리는 도무지 찾아볼 길이 없다.
● 최효준 미술평론가
전시 오프닝 전경 사진: 최효준